MBTI 때문에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최근 카톡 대화가 끊긴 친구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늘 같았다. “아, 나랑 성격이 안 맞는 것 같아.” 혹은 “너는 그냥 그런 유형이니까 이해가 안 돼.” 혹시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을까? MBTI는 분명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도구인데, 언제부턴가 ‘성격 불일치’의 이유로 관계를 단절하는 근거가 되어버렸다. 우리 세대가 MBTI 때문에 친구를 잃고 있는 현실, 정말 피할 수 없는 일일까?

MBTI가 관계의 무기가 되는 순간

사실 MBTI는 심리학 이론일 뿐,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거리를 두는 기준이 되어야 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 MZ세대 사이에서는 어느새 MBTI가 관계를 좌우하는 강력한 잣대가 되었다. 특히 소위 “대척점 유형”이라고 불리는 조합끼리는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마치 절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INTJ(인티제)와 ESFP(엣프피)가 만난 두 친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INTJ(인티제) 친구는 논리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으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반면 ESFP(엣프피) 친구는 즐거움과 현재의 순간을 중시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처음엔 서로 다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차이가 불편함으로 변한다. INTJ(인티제) 친구가 깊이 있는 대화를 원할 때 ESFP(엣프피) 친구는 가벼운 분위기에서 웃고 떠드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는 성격이 안 맞아’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어 버린다.

여기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MBTI는 16개의 유형을 제시할 뿐, 그것이 관계의 가능성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MBTI를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SNS 시대, MBTI가 관계 단절의 정당화 수단이 되다

MBTI가 유행하면서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에서는 “이 유형과는 절대 안 맞아요”, “INFP(인프피)는 왜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을까”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이런 콘텐츠들은 수십만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증폭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쉽게 “그건 그냥 우리 유형이 안 맞는 거야”라고 결론을 지어버린다.

ISFJ(잇프제)와 ENTP(엔팁)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ISFJ(잇프제)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시하고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챙긴다. ENTP(엔팁)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토론을 즐기며, 때론 남의 감정보다 논리와 가능성에 집중한다. 다툼이 생기면 ISFJ(잇프제)는 상처를 받고, ENTP(엔팁)은 상대방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때 “ENTP(엔팁)는 원래 감정 표현을 못 하고, ISFJ(잇프제)는 너무 예민해”라는 일반화가 개입되면서, 둘 사이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유형 문제’로 치환되어 버린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본 MBTI 관련 글귀에 공감하며 댓글을 달고, 그것이 자신의 친구 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네, 저도 그 유형과는 진짜 안 맞아요”라는 댓글들이 쌓이면서, 이것은 마치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MBTI 때문에 잃은 것들, 알고 있나요?

INTJ(인티제)인 지윤이는 INFP(인프피)인 오래된 친구를 최근 차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인차 때문에 너와 있으면 피곤해”라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3년을 함께했고, 지윤이가 취업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응원해준 사람이 오래된 그 친구였다. MBTI가 없었다면 이 차이는 ‘개성’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ESTJ(엣티제)인 현수는 ISFP(잇프피)인 룸메이트와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ESTJ(엣티제)는 계획과 효율을 중시하고, ISFP(잇프피)는 당장의 기분과 미적 감각을 따른다. 처음엔 웃고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는 “이것도 유형 때문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정리되면서,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겼다.

MBTI 때문에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친구 관계만이 아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우리는 포기해버린 것은 아닐까?

MBTI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

그렇다면 MBTI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첫 번째는 MBTI가 ‘참고 자료’일 뿐,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다. MBTI는 한 개인의 선호도를 분류한 것이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정의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MBTI 유형의 차이를 “맞다 틀렸다”로 판단하지 않고, “다르다”로 인식하는 것이다. ENFP(엔프피)와 INTJ(인티제)가 대척점 유형이라고 해서 관계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

세 번째는 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유형이 안 맞아서”라고 결론짓기 전에 “우리가 무엇이 다른지 이해해보자”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ISFJ(잇프제)와 ENTP(엔팁)도, ESFJ(엣프제)와 ISTP(잇팁)도 충분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유형이 아니라 노력의 문제다.

MBTI는 분명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도구다. 하지만 그것이 관계를 단절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MBTI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MBTI를 넘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따뜻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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